목록2021/05/06 (16)
이상한 나라의 한나
하루 루틴을 지키며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정해진 날짜까지 하는 일, 이 업무를 마감하는 날이 언젠가 온다면, 그 다음으로 나는 글을 쓰겠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꼭 맞는 단어를 찾고 배열하는 일을 시간 제한 없이 하겠다.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 반복으로 해두고 흥얼거리면서 천천히 쓰겠다.
있었던 일을 전체공개로 자세히 올리지 못하니, 실습일지가 어느새 내 기분을 쓰는 일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하핫. 오늘은 점심을 먹는데, 한 학생이 "목성엘 가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이틀 전 미술 시간에 목성을 색칠했던 기억의 과정에서 나왔던 말인걸까? 순간,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목성엘 가고 싶다니?!' 난 귀여운 충격을 받았고, 교사의 특권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정오에, 간 밤에 사라진 돈과 벌어진 싸움을 두고, 밥 먹다 말고 싸운다면, 아이들은 정오에 밥 먹다 말고 목성으로 떠난다. 그리고 교사는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과 함께 목성엘 갈 수 있다. (아, 물론 내가 우리 초딩들을 어떤 부분에서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ㅋㅋ) 어찌되었든, 아이들이 피아니시모(..
5/5 어린이날 휴교
그간은 지체하는 것 없이 밤을 보냈다. 두 달 간 연극 연습에 나가느라 집에오면 12시.. 씻고 자기 바빴다.(먹기도하고 하하하하하하하) 어제정도가 최근 유일하게 확보된 여유시간이었다ㅡ 저녁 8시쯤 음악 들으며, 미친듯이 책을 훑기 시작했다. 위로받기 위해서. 학기 중엔 8시도 그리 빠른 시간은 아닌데, 두 달 간 바쁘게 지내다보니, 8시와 12시 사이의 4시간은 내게 간절하고, 긴 시간이 되어버렸다.(좋은 의미에서) 책을 정서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그간 미뤄둔 나의 감수성에게도 숨을 틔어주었다. 한편, 나는 다시 밤을 다스리지 못했다. 와 과 의 애착이 나는 좋았다. 좋은 변화가 있다면, 내게 아침이 영광스러워졌다는 것. 아침의 떳떳함과 밝아짐 앞에 당당해졌다. 시작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어제 ..

뉴미디어아트전시제의 첫 막이 올랐습니다. 약 200편의 공모작 중 엄선된 12작품이 ‘갤러리 숲’,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10일간 전시될 예정입니다. 무료관람이오니 많은 관객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갤러리 숲에서는 5편의 구애작이 전시 중에 있습니다. 마르코 쉬펠바인 긴 소파에 단정한 머리의 여자가 앉아서 독백을 이어나간다. 움직임은 거의 없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물질로 평가하는 자본주의 흐름에 예민하다. 또한 그녀는 자신과 세상을 구분 지으며, 세상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삶을 가꾸고 싶다. 그리고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지지가 이상적인 이유다. 독백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자막은 넣지 않았다. 프로젝프 커뮤니티 찌찌뽕의 는 바글대는 사람들을 첫 장면으로 한다. 이 많은 사람들 중..

우현애 큐레이터에게 이번 전시는 그녀의 일상적 고민의 연장선상에 서있는 것이다. 작품이 걸어오는 말이 평소 그녀가 고민해왔고 답하려했던 물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어내고, 물음을 끌어내는 작업이 그녀이기에 보다 적절했던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물음은 무엇이고 작품의 대답은 무엇일까? Q 뉴미디어루키 최한나 A 전시제 큐레이터 우현애 Q 뉴미디어아트전시제의 최종 12작품은 어떻게 선정됐나요? A 이번 글로컬 구애전 전시부문에는 약 200편의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신보슬, 이수현 선생님께서 예심을 진행하셨고, 총 12작품이 최종 구애작으로 선정됐습니다. 먼저 심사는 공모신청서에 작성된 작가의도와 작품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많은 관심을 두고 이뤄졌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작품에 잘 녹여진 만큼 관객에..

대안YOUNG展을 주제로, 미디어 극장 '아이공'에서 바바라해머의 이 상영됐습니다. 바바라 해머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비주얼 아트스트로, 약 90여편의 작품을 통해 레즈비언의 문화를 가감 없고 정직하게 드러낸 작가로 유명합니다. 은 레즈비언과 게이의 역사에 관한 삼부작 중 하나로, 기존 주류 질서가 외면한 여성의 목소리를 실험적으로 드러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동성애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재치 있게 꼬집고 있으며, 다소 충격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여성의 몸에 얽힌 역사적 수치들을 걷어냅니다. 영상은 레즈비언 포르노영상, 사진, 기사들로 구성됐는데, 이는 레즈비어니즘을 대하는 다수의 불순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장 레즈비언 강도단’, ‘레즈비언 아내의 탈선’등과 같은 제목은 레즈비언에게 가지는 우리..

10월 18일.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독립애니메이션 1세대로 불리는 전승일 감독님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독립 애니메이션 20돌을 맞이하신 전승일 감독님의 지난 궤적을 짚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항과 치유로서의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분 그리고 전 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보셨다는 분까지 다양한 관객들의 참여로 이뤄졌습니다. 전승일 감독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재수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재수생 신분으로 집회에 참여한 적도 많다고 해요. 이후 서울대 서양학과에 85학번으로 입학하면서 전 감독은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는 나중에 전 감독의 작품세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

2013 NeMaf의 슬로건인 ‘대안YOUNG展’은 ‘한국 상업영화 시스템에서 타자화 되고, 배제, 왜곡되어 왔던 소수자의 영상언어’를 찾기 위해 마련된 영상전입니다. 그런 만큼 ‘대안YOUNG展’에 참여한 여자감독들의 수도 적지 않은데요. 오늘은 그 중 을 감독하신 김혜정 감독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나 뵀습니다. 은 1948년에 시작된 우리나라 전통극인 ‘여성국극’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여성국극은 오직 여성만이 배우로 참여하는 무대극으로, 남장을 한 여성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극입니다. 때문에, 남장여성배우의 인기는 곧 여성국극의 인기를 몰고 왔지요. 국극을 쫓는 팬들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남장배우와 가상결혼식을 올린 팬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남장의 수준은 분장 뿐 아니라, 목소리, 몸짓에..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옴니버스 에세이 시네마와 글로컬 파노라마 단편선이 상영됐습니다. 상영작으로는 옴니버스 에세이 시네마의 임창재 , 하준수 , 김소성 가 글로컬 파노라만 단편선 중에는 이제희 , 페르난도 비소키소 , 시리악 해리스 , 리금홍 가 있습니다. 상영이후엔 객원프로그래머 유지수 님의 진행으로, 임창재, 김소성, 이제희, 리금홍 작가님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의 촬영을 맡아주신 박정심 님께서도 함께해주셨습니다. 김소성 Q 자전적인 작품이신지요. A 제가 작년의 쓴 일기 중의 하나를 약간 수정해서 만든 것이니,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레이션에 나오는 그 ‘나’가 제가 맞아요. 그런데 사실 ‘나’라는 내레이터가 불분명한 것 맞는 것 같아요. 의도한 것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