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 (11)
이상한 나라의 한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반 학생들이 벌써부터 보고 싶다. 오늘은 아침에 학생 한 명이랑 둘이서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ㅜㅜ
하루 넘겨 겨우 쓴다. 누워서 모바일로 남기는 중. 교사가 공문에 치여 수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겠다. 요즘 4-5시간 자다가 오늘 결국 알람 못듣고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게 일어났다. 이르게 출근하고 있어서 늦게 일어나도 지각은 안했지만 식겁했다. 내일. 아니 오늘 첫 수업이다. 대단한 준비를 한 건 아닌데, 그래서 불안한걸까. 휘황찬란한 교재교구빨 없이 작고 소중한 낱말카드와 내 오디오로만 진행하려니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내 수업 일정을 수정하고 연구수업 과목과 차시를 정했다. 개별화교육계획은 방금 다 쓰고 왔다. 이제 교재교구 아이디어 고민할 차례다.
급식시간, "선생님, 봄이 되면 나비를 잡아줄까요. 잡아서 코에 올려 드릴게요. 나비는 작아서 발톱에 안 긁혀요."
아직 못씀.

다른 반으로 5번째 참관수업을 다녀왔다. 등고선을 배우는 사회 시간이었다. 지도, 축척, 등고선...내가 초딩때 이해하기 어려워 하던 내용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 재밌게 잘 배우는 구나(하트) 평평한 지도에 그려진 땅의 높낮이인 등고선을 입체감있게 알려주기 위해 함께 입체산을 만들며 등고선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입체산 만들기 재료는 높이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다른 종이와 스티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학생이 재료를 만질 때, 재료의 모양, 크기, 색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색은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지 머리를 막 굴려보았다. 학생들마다 기초선이 다르기에 우선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나와 같이 만든 학생은 초록색을 '산의 색'이라고 설명해주어도 어떤 색..
하루 루틴을 지키며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정해진 날짜까지 하는 일, 이 업무를 마감하는 날이 언젠가 온다면, 그 다음으로 나는 글을 쓰겠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꼭 맞는 단어를 찾고 배열하는 일을 시간 제한 없이 하겠다.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 반복으로 해두고 흥얼거리면서 천천히 쓰겠다.
있었던 일을 전체공개로 자세히 올리지 못하니, 실습일지가 어느새 내 기분을 쓰는 일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하핫. 오늘은 점심을 먹는데, 한 학생이 "목성엘 가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이틀 전 미술 시간에 목성을 색칠했던 기억의 과정에서 나왔던 말인걸까? 순간,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목성엘 가고 싶다니?!' 난 귀여운 충격을 받았고, 교사의 특권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정오에, 간 밤에 사라진 돈과 벌어진 싸움을 두고, 밥 먹다 말고 싸운다면, 아이들은 정오에 밥 먹다 말고 목성으로 떠난다. 그리고 교사는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과 함께 목성엘 갈 수 있다. (아, 물론 내가 우리 초딩들을 어떤 부분에서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ㅋㅋ) 어찌되었든, 아이들이 피아니시모(..
5/5 어린이날 휴교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 비내리는 텅 빈 창밖의 운동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간이 내 학생 시절의 가장 소중한 기억임에 감사하다. 우산을 써도 젖던 큰 가방을 메고 오르던 비오는 등굣길, 입구에서 실내화를 갈아신으며 우산을 탈탈 털다가 빗물이 튀어 얼굴을 찡그린 일, 천둥 치면 반 친구들과 다같이 호들갑 떨던 일, 이때 아니면 비 맞을 일 없다며 폭우 속에서 가만히 서 있어본 일. 내 학생 시절의 축복이다. 오늘 오전 수업 중 천둥이 크게 쳤다. 3층 학생들이 놀라 소리치는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이 귀여운 아이들 속에 내가 있다니. 이 행복은 무엇이지! 이렇게 쉽게 행복하다고 말해도 되나.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사람으로써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행..
6시에 씻고 7시 15분쯤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2년 전까지 이 역에서 내려 출퇴근 했는데, 오늘은 같은 역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가자니 알 수 없는 인생이지 싶었다. 아침 요깃거리로 역에서 단팥빵을 샀는데 먹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서 지금 집에서 먹으며 글을 쓴다. 무슨 일이든 첫 날은 정신이 없는데, 왜인지 생각보다 말짱하다;; - 5월을 보낼 곳은 서울의 한 특수학교 . 대학에서는 발달장애를 주로 다루고, 나도 감각장애보다는 발달장애에 관심이 더 많지만, 교직에서 자주 만날 수 없을 장애유형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단 생각에, 이 학교에 오고 싶었다. 발달장애와 달리 감각장애의 경우 인지에는 도전적 양상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 (수정: 단순맹보다 시각중복장애학생이 더 많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