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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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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외출

이상한 나라의 한나 2016. 5. 9. 00:40

목적없이 서성이는 것을 내가 몹시도 못견뎌하게 되었음을 알게됐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꼭 외출을 하기로 다짐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조조로 주토피아를 보고 나서 시립대 카페로 가, 챙겨온 책을 볼 계획이었다. 영화를 보고 청량리역 광장으로 나왔을 때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책보고 스마트폰하고...서점에서 시집을 고르고. 대학생 때만해도 내가 정말 잘하고 즐겨했던 것들인데 그런 재미들을 모조리 잃어버렸단 생각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처음부터 생각했다. 혼자하는 일에 대한 외롭고 두려움 같은 것들. 그건 새롭게 생성된 것들이었다.

학교 도서관 6층 졸업논문들이 즐비한 한쪽 서가에 놓인 푹꺼진 소파에서 나는 몇 개의 잡지들과 읽다만 시집들을 쌓아놓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공간이 좋았고 또 혼자라서 좋았다. 그런 내 모습도 기특했고. 또 시간을 내서 혼자 영화를 보러가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늘 뿌듯해 하곤 했다. 그런 내가 무엇을 계기로 서서히 변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나.

변화가 비관적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인생이 재미가 없어서 걱정이다. 잠이 제일 편하다. 대학생 1-2학년 때는 단추를 목까지 여맨 엑스라지 남방을 입고 썬크림도 안바른 얼굴로 늘 당당했는데. 출구없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그것이 곧 내 인생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염세적인 적도 있었고. 그래도 그런 나를 예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세련됐고 가벼워졌지만 나다움이 사라진 것 같다.

토요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나는 얼른 집으로 가 너무나 자고 싶었다. 그냥 화장도 안지우고 쓰러져서 자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서성이는 것. 아무런 목표도 없이 떠다니는 것. 그것이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내린 해결책은 서성이는 게 싫으면 스스로 약속을 잡고 목적지로 가보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렇게 해보려 한다. 무섭고 떨리지만. 이런걸 무서워하다니 별 일이다.-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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