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한나
미안한 마음 본문
190824
시인과 함께하는 시 모임에 참석했다. 다음주까지 총 2회 모임이다. 2회 모임 이후에 또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또 신청해야지! 승범과의 데이트가 줄겠지만 그는 이해해줄거야.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설레고 만남이 길어지더라도 졸리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 글을 붙들고 그 지점을 소리내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은 참으로 귀하다. 시모임, 그리고 낭독은 내가 있는 이곳에서 특별히 더 귀하기에.
시인님께서 시 몇 개를 가져오셨고 그것으로 시 같은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사실 시 아닌 것들이 어디 있겠나.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삶의 순간들이 적지 않으니까.
다음주에는 시 한편을 적어가기로 했다. 적은 시들을 학인들과 나눈다. 내가 쓴 시를 가까운 이들이 아닌 이들과 나누는 일은 다음주가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 드문드문 쓰면서 이것을 '시'라고 하고, 부를 수 있을지 전혀 감을 못잡고 있었는데,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활동은 다른 것들과 구분되어 늘 나를 설레게 하여, 그걸 직업으로 가져야 할지 고민을 종종 했다. 지금 생각은 직업일 필요가 없다는 것. 좋아하는 일을 생계로 하면 그건 일이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건 얘기가 다를거라고 내심 믿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시인님도 시로 벌어먹고 살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씁쓸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내 믿음을 개종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삶의 (물질적) 지지가 이어져야하므로.
어제, 시인이 시를 하나 써내면 4~15만원을 받고, 시집 한 권이 팔릴 때마다 책값의 10%를 받는다는 얘기(한권에 1만원 일 때, 2,000권이 팔리면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를 듣고 안타까워서 작게 소리내 탄식을 했다. 5년을 공들였는데 한 달 월급도 안되다니 참 너무하다 싶어서.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그게 내내 맘에 걸렸다. 나의 한숨이 200만원을 그렇게 어렵게 손에 쥐는 삶과 멀찍한 가진자의 무책임한 한탄같아서.
글이라는게 참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컴퓨터 앞에서 자판 두들기는 것 뿐이니, 그 어려움을 잘 인정받지 못한다. 어제 시인님이 3시간 정도를 강의하며 모임을 이어가는 것을 보며 이런 큰 능력에 제 값을 주지 못하는 지금에 불합리함을 느꼈다. 누구는 유튜브에서 음식 먹는 걸로 셀 수 없는 돈을 버는데 말이다. 소중한 가치는 늘 돈과는 거리가 멀더라.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임에 그렇겠지만, 그렇기에 셀 수 있는 정도는 값을 매겨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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